엘리스그룹(이하 엘리스)은 2015년 AI 교육 플랫폼으로 출발한 회사입니다. 온라인 코딩 교육을 위해 수많은 실습 환경을 동시에 운영하다 보니 대규모 서버 운영 역량이 쌓였고, 그 경험이 GPU 클라우드로, 다시 모듈형 데이터센터 ‘엘리스 AI PMDC’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11년간 한 단계씩 쌓아 올린 끝에 인프라 설계부터 클라우드와 AI 모델, 솔루션, 그리고 창업의 출발점이었던 교육까지 전 단계를 아우르는 ‘AI 풀스택 기업’이 됐습니다. 그 역량은 곧바로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2조 원 규모의 국가 GPU 사업에 네이버클라우드·삼성SDS와 함께 선정됐고, 5월에는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습니다. 김재원 대표는 지난 2월 제5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에 취임해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를 대변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엘리스의 구성원은 160명입니다. 엘리스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궁금해 김재원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진제공=엘리스그룹
엘리스의 미션은 ‘디지털 기술로 인류의 기회를 창출하여 널리 이롭게 합니다‘이고, 비전은 ‘AI 교육부터 솔루션까지, 글로벌 학습 경험의 미래를 선도합니다‘입니다.
“‘널리 이롭게’라는 표현은 홍익인간에서 왔습니다. 홍익인간 정신은 우리나라 교육법 1조에도 들어가 있어요. AI가 적법하게 쓰이고, 어뷰징 되거나 잘못 쓰이지 않게 하려면 교육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AI가 ‘널리’ 쓰이게 될까요. 결국은 비용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엘리스는 GPU를 가상화하고, 스팟 요금제를 만들고, 데이터센터를 모듈로 찍어내며 AI를 쓰는 값을 낮춰 왔습니다. 교육에서 출발해 데이터센터 구축까지 전체를 아우르는 AI 풀스택 기업이 된 이유입니다.
엘리스의 핵심가치는 세 가지 범주로 나뉩니다.
Individual(성장을 위해 모인 개인)
Diversity(다양성 안에서 하나된 팀)
Impact(세상을 이롭게 하는 영향력)
대부분의 기업은 개인이나 조직의 성장까지만 고민합니다. 스타트업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당장 하루하루 버티기도 벅차니까요. 하지만 엘리스는 사회적 차원에서의 역할도 고민하고 그것을 핵심가치에 넣었습니다.
개인 – 성장
개인의 키워드는 성장입니다. 이를 위한 핵심가치는 ‘올바른 문제 정의’, ‘빠른 실행’, ‘피드백의 경청과 수용’ 세 가지입니다.
“개인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정확하고 올바르게 정의하는 것입니다. 올바르게 문제를 정의하기란 어렵습니다. 하지만 성장을 위해선 첫 번째 기반 생각합니다.”
열심히 푼 문제가 ‘엉뚱한 문제’였다면 아무리 매달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문제 정의만 잘해서 되는 것도 아닙니다. 좋은 진단을 내려놓고 착수하지 않는 사람, 과정과 결과에 귀를 닫는 사람. 이런 사람은 부지런하고 똑똑해도 성장이 멈출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되지 않은 문제 정의를 빠르게 실행해봤자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문제 정의를 잘했다고 해도 실행하지 않으면 성장하지 않고요. 문제를 잘 정의하고 빨리 실행했어도 피드백을 수용하지 않으면 또 성장이 안 됩니다.”
조직 – 다양성
조직의 키워드는 다양성입니다. 이를 위한 핵심가치는 ‘질문을 통한 경청’, ‘진솔하고 빠른 소통’, ‘프로다운 품격’입니다.
“조직이 처한 문제를 풀려면 결국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질문해야 합니다. 선입견을 갖고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하기보다는, 질문을 통해 다양성을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답을 미리 정해 놓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팀원이 있습니다. 그런 팀원이 많아지면 조직은 성장을 멈춥니다.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드리고, 품격을 갖추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견이 달라도 프로답게 품격을 갖고 ‘다를 수 있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걸 비난하거나 깎아내리거나, 다르다는 이유로 폄훼하면 조직이 와해됩니다.”
다양성을 권장하면서 그 다양성 때문에 생긴 마찰을 방치하는 조직이 적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꺼내라고 해놓고 막상 꺼내면 눈총이 날아오면, 사람들은 입을 다뭅니다. 엘리스가 품격을 강조한 이유입니다.
사회 – 세상을 이롭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핵심가치를 개인과 조직 수준에서 마무리합니다. 엘리스는 여기에 사회적 수준을 더 얹었습니다. 이를 위한 핵심가치는 ‘혁신적 가치 창출’, ‘장기적 지속가능성’, ‘위대함을 위한 집착’입니다.
김 대표가 지난 2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직을 맡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 회사를 넘어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를 들여다보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이 미국의 ‘디스럽션’과 중국의 ‘집중’, 그 둘을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디스럽션은 시장이 앞장서서 기존 질서를 깨고 나아가는 방식입니다. 중국의 집중은 국가가 방향을 정하고 자원을 한 곳에 몰아 속도를 내는 방식이고요. 전통 산업은 흔히들 혁신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마치 낡은 가치처럼 인식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이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습니다. 신(新)과 구(舊)를 조율해 나가는 사회. 김 대표가 읽는 한국의 모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율은 혁신의 필수라고 봅니다.
“혁신도 중요하지만 특정 집단이 손해를 보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거냐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혁신만 밀어붙여서는 안 됩니다. 사회적 약자가 재산권을 침해당한다는 사실을 고민해야 합니다. 문제가 있다 해도 현존하는 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스럽게 한국은 이러한 고민을 하는 나라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입니다.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과 다른 점은 그 지점까지 고민하는 성숙한 국가라는 겁니다. 해외에서는 별것 아닌 문제로 치부될 것들을 우리는 이미 더 복잡한 형태로 풀어봤어요. 그래서 해외에 나가면 훨씬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제도는 지속가능해야 한다고 김 대표는 보고 있습니다. 한때 스타트업들이 경쟁적으로 ‘화려한 복지’를 도입했었죠.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경계합니다.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너무 급진적인 제도는 잠시 돋보이게 하지만 다른 이해관계자와 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제도를 도입할 때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합니다. ”
기업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기 위해서는 ‘위대함을 위한 집착’이 필요하다고 김 대표는 강조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위대함은 회사의 규모나 기업가치가 아닙니다.
“‘위대함을 위한 집착’이 없으면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성과가 나타나면 엑싯부터 하려고 합니다. 기업은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만드는 데 집착해야 합니다.”
김 대표는 창업가의 롤모델을 묻는 조사에서 정작 스타트업 창업가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쉬워했습니다. 사회적 가치와 책임을 핵심가치로 생각하니 더 그랬을 겁니다.
“그만큼 창업자들이 모범적이지 못한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업가 정신의 하나는 결국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고 봉사할 것이냐입니다.”
9월 10주년을 맞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봉사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업가 정신의 한 축은 결국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고 봉사할 것이냐에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입니다.
AI 시대에 글쓰기
엘리스의 채용 절차는 서류 전형에서 시작해 인터뷰, 미니 프로젝트, 평판 조회, 조건 협의 순으로 이어집니다. 인터뷰에서는 직무 경험만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문화 적합성도 함께 봅니다. 그리고 김 대표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글쓰기입니다.
“워털루대학교에서는 인턴이 한 번 끝날 때마다 30페이지 이상의 보고서를 써야 했습니다. 인턴 프로그램을 통과하려면 리포트를 써야 해요. 온통 빨간 글씨가 쓰여 있었어요. 그 경험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워털루대학교에서의 리포트 쓰기는 지금 엘리스의 핸드북 문화로 이어졌습니다. 사내 위키에 해당하는 이 사이트에 구성원들이 개발자가 코드를 커밋하듯 자기 일을 글로 남깁니다. AI의 도움을 받되 작성은 사람이 합니다. 그렇게 쌓인 핸드북이 회사의 지식 베이스가 되고, 다시 AI의 학습 데이터가 되어 사내 질문에 답합니다.
“AI 시대에 글쓰기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할 줄 알아야 합니다.”
AI가 글을 써주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무엇을 쓸지까지 대신 정해주지는 않습니다. 김 대표가 공부하던 시절 배웠다는 프라블럼 스테이트먼트, 글쓰기로 문제를 정리해내는 것은 성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엘리스의 핵심가치인 ‘올바른 문제 정의’와 맞닿아 있습니다.
“건강한 몸과 건강한 사고가 개인에게 중요하다 보니, 그 두 가지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몸을 위해 엘리스엔 카페테리아가 있습니다. 공짜는 아닙니다. 2,900원이 청구가 되는데, 이 2,900원을 크레딧으로 낼 수가 있습니다. 크레딧은 엘리스의 교육 플랫폼에서 강의를 들으면 쌓입니다. 수강 이력에 따라 크레딧이 적립되고, QR로 식권과 교환됩니다. 매달 리더들이 직접 교육하는 ‘원더타임’을 들어도 크레딧이 쌓입니다. 밥값을 공부로 내는 구조인 셈이죠. 엘리스는 ‘지속 가능한 복지’를 이렇게 만들고 있습니다.
엘리스는 개인의 성장에서 시작해 조직의 다양성을 거쳐 사회의 임팩트까지, 세 겹의 동심원을 그려놓고 각 층마다 구성원이 지켜야 할 핵심가치를 만들었습니다. 세 개의 원은 따로 놓여 있지 않습니다. 개인이 성장해야 조직이 성장하고, 그런 조직이 모여야 사회가 나아집니다. 사회적 차원까지 고민하는 조직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엘리스의 다음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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