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연구실의 기술이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논문의 완성도와 함께 시장 검증, 사업모델 설계, 초기 자본, 투자자와의 연결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원은 딥테크 연구자와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그동안 창업 경진 프로그램은 기관별로 운영돼 다른 학교의 창업팀과 경쟁하거나 협력할 기회가 제한적이었다. KAIST·GIST·DGIST·UNIST가 각 기관의 창업팀을 하나의 선발 체계로 연결해 공동 결선을 연다. 연구실에서 출발한 기술을 기관별 행사 안에서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국 단위의 딥테크 창업 후보군으로 발굴하는 첫 통합 무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KAIST·GIST·DGIST·UN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이 공동 주최하는 학생 창업 통합리그 ‘GRAVITY 2026’ 결선이 오는 9월 3일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대전 KAIST 본원 E15 대강당에서 열린다.
그래비티 2026은 과학기술 기반의 예비·초기 창업팀을 발굴하고 기술 검증과 사업모델 설계, 멘토링, 투자 연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중력을 뜻하는 ‘그래비티(Gravity)’처럼 서로 다른 지역과 기관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끌어모은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결선은 네 과학기술원이 개별적으로 운영해온 창업 경진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하나의 무대에서 평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학부생 리그와 대학원생 리그를 구분해 운영하면서 기술의 완성도와 사업화 단계가 다른 팀을 각각 평가한다.
KAIST·GIST·DGIST·UNIST가 공동 주최하는 학생 창업 통합리그 ‘GRAVITY 2026’ 결선이 9월 3일 대전 KAIST 본원에서 열린다. (자료 제공: GRAVITY 2026 운영사무국)
통합 결선에는 기관별 예선을 통과한 140개 팀 가운데 기관별 본선과 통합 본선을 거쳐 선발된 20개 팀이 참여한다. 결선팀은 인공지능과 바이오·헬스케어, 반도체·센서, 로보틱스 등 딥테크 분야의 기술과 사업모델을 발표한다.
각 팀은 IR 피칭을 통해 해결하려는 산업 문제와 보유 기술, 경쟁 방식, 시장 진입 계획, 팀 구성 등을 소개한다. 연구 성과를 설명하는 데서 끝나는 발표가 아니라 기술을 고객과 시장에 어떤 제품으로 연결할 것인지를 평가받는 자리다.
최종 선발팀은 학부생 리그 5개 팀과 대학원생 리그 5개 팀 등 총 10개 팀이다. 이들에게는 창업자본금과 후속 육성 프로그램이 연계되며, 글로벌 벤처투자사와 연결한 해외 액셀러레이팅 참여 기회도 제공될 예정이다.
KAIST가 공개한 그래비티 2026 운영 계획에 따르면 참가팀은 기관별 예선과 본선, 통합 본선, 결선으로 이어지는 단계마다 창업활동비와 전문가 멘토링을 지원받는다. 아이디어를 평가해 순위를 결정하는 행사보다 기술 검증과 사업모델 구체화, 실제 투자 유치 준비를 단계별로 진행하는 구조에 가깝다.
결선 현장에는 20개 팀의 IR 외에도 4대 과학기술원 창업팀의 기술과 제품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 부스가 마련된다. 참가팀과 투자자, 창업지원기관 관계자 사이의 네트워킹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키노트 세션 ‘기술이 기업이 되는 순간’에서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서울로보틱스의 이한빈 대표가 ‘K-자율주행 9년차 생존기’를 주제로 강연한다. 연구개발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고 해외 시장에서 고객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공유할 예정이다.
첫 통합 결선 이후 과제는 ‘과기원 간 공동 성장 경로’
네 과학기술원이 창업팀을 함께 선발하면 개별 학교 안에서만 평가하던 기술을 더 넓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다. AI와 센서, 로보틱스, 바이오처럼 서로 다른 연구 분야의 팀이 한 무대에 모이면 기술 간 융합과 공동 창업 가능성도 생긴다.
지역 창업 생태계와의 연결도 기대할 수 있다. KAIST는 대전, GIST는 광주, DGIST는 대구, UNIST는 울산을 기반으로 각 지역의 연구기관과 기업, 투자자, 창업지원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통합리그가 지속되면 한 기관에서 발굴한 기술을 다른 지역의 제조 인프라나 실증 현장, 투자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다만 딥테크 창업은 IR 수상 직후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기 어렵다. 연구실 기술의 지식재산권 소유 관계를 정리하고, 창업팀의 전업 여부를 결정하며, 시제품과 실증 환경을 확보해야 한다. 바이오와 반도체, 로보틱스 분야는 연구개발 기간과 초기 자본 규모도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보다 크다.
따라서 그래비티 2026의 성과는 결선 당일의 수상팀 수보다 이후의 법인 설립과 기술이전, 시제품 제작, 실증 협력, 후속 투자 결과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과학기술원별 창업지원 조직이 결선 이후에도 팀의 성장 단계와 산업 분야에 맞춰 역할을 나누는 체계가 중요하다.
통합 결선이 매년 이어지려면 참가팀의 후속 성과도 공동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어느 단계에서 창업팀이 중단되는지, 창업활동비가 기술 검증과 고객 발굴에 어떻게 사용됐는지, 해외 액셀러레이팅 이후 현지 파트너와 투자로 얼마나 연결됐는지를 축적하면 과기원 학생 창업의 공통적인 병목을 확인할 수 있다.
4대 과학기술원 관계자는 “그래비티 2026은 캠퍼스 안의 창업팀을 발굴해 기관과 지역으로 창업의 에너지를 확산하기 위해 네 과학기술원이 처음으로 한 무대에 모이는 자리”라며 “연구실의 기술이 각 지역의 창업 생태계와 만나 성장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행사는 과학기술 창업에 관심 있는 누구나 무료로 참관할 수 있다. 사전등록은 9월 2일 오후 11시 59분까지 진행되며, 현장 등록도 가능하다. 행사장 주차는 지원되지 않는다.
이번 통합 결선은 시피엠이(CPME)와 스파크랩 컨소시엄이 운영한다. 네 과학기술원이 처음 만든 공동 무대가 학교별 우수팀을 선발하는 행사에서 과기원 간 기술·투자·실증 자원을 공유하는 창업 경로로 자리 잡을지가 향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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