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과 풍력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산업이 풀지 못한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발전은 가능한데 저장이 어렵고, 저장은 가능해도 경제성이 떨어진다. 결국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남는 전력을 어떻게 저장하고 필요할 때 다시 활용할 것인가가 에너지 전환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 에너지 스타트업 STOFF2(스토프투)는 이 문제를 수소에서 찾고 있다. 에너지 저장장치와 전해조를 하나로 통합한 독자 기술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저장하면서 동시에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회사는 수소 생산 비용을 기존 대비 최대 25% 낮추고 24시간 안정적인 수소 생산 체계를 구현하며 유럽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을 핵심 전략 시장으로 지목하며 현대자동차와 정유·에너지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세바스티안 지프(Sebastian Sipp) STOFF2 CEO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EU 비즈니스 허브 전시회에서 회사의 그린수소 생산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100% 전환”… 창업의 출발점은 저장 문제였다
STOFF2(스토프투)의 창업 배경은 단순히 수소 산업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 아니었다. 세바스티안 십(Sebastian Sipp) CEO는 25년 이상 에너지 및 기술 산업 현장에서 활동하며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의 구조적 한계를 목격해왔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지만, 전력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그는 “태양광과 풍력은 훌륭한 에너지원이지만 간헐성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10%에서 20%까지 늘리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를 100%까지 끌어올리는 순간부터는 전혀 다른 문제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세바스티안 십 CEO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린 에너지를 그린 입자(Green Molecule)로 바꾸자”는 아이디어에 주목했다. 전기를 저장하는 대신 수소 형태로 전환해 활용하면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와 수소 생산을 연결해야만 진정한 넷제로(Net Zero)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이것이 STOFF2를 창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현재 STOFF2의 비전 역시 명확하다. ‘100% 재생에너지(100% Renewable Energy)’.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가치사슬을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이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다.
STOFF2가 개발한 ZZE(Zinc Zwischenschritt Electrolyzer) 기술 개념도. 에너지 저장과 수소 생산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로… 저장과 생산을 동시에 해결하다
STOFF2가 개발한 핵심 기술은 ZZE(Zinc Zwischenschritt Electrolyzer·아연 중간단계 전해조)다. 기존 수소 생산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에너지 저장장치와 전해조를 별도로 구축한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한 뒤 다시 전해조에 공급해 수소를 생산하는 구조다. 반면 STOFF2는 저장과 생산을 하나의 장비 안에서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세바스티안 십 CEO는 이를 “세탁기와 건조기가 하나로 합쳐진 제품”에 비유했다.
“보통은 세탁기에서 빨래를 한 뒤 다시 건조기로 옮겨야 하잖아요. 기존 수소 생산 시스템도 비슷합니다. 먼저 배터리에 전기를 저장한 뒤, 다시 전해조로 보내 수소를 생산해야 합니다. 하지만 STOFF2의 시스템은 저장과 생산이 한 장비 안에서 동시에 이뤄집니다.”
낮 시간 태양광 발전량이 많을 때는 남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는 방전하면서 동시에 수소를 생산한다. 기존에는 에너지 저장장치와 전해조라는 두 개의 설비가 필요했던 일을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해결하는 셈이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히 장비 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설비 운영을 단순화할 수 있으며,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보다 안정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STOFF2는 이를 통해 24시간 연속 수소 생산 체계를 구현했다고 설명한다.
경제성 역시 강점이다. 회사에 따르면 ZZE 기술을 적용할 경우 수소 생산 단가는 1kg당 약 4유로 수준까지 낮아진다. 기존 배터리와 전해조를 별도로 운영하는 시스템과 비교하면 약 20~25%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바스티안 십 CEO는 “앞으로 수소 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은 가장 주목하는 시장”… 수소 플랜트 최적화 파트너 찾는다
세바스티안 십 CEO는 한국을 가장 주목하는 시장으로 꼽았고, 현재 한국을 아시아 지역의 핵심 전략 시장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STOFF2가 이번 한국 방문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한국은 이미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도 국가”라며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는 수소 생태계를 매우 인상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한국이 이제 수소 산업의 실증 단계를 넘어 운영 효율성과 경제성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유럽에서도 수많은 수소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결국 같은 문제에 부딪힙니다. 플랜트를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죠.”
STOFF2는 바로 이 지점에서 자신들의 역할이 있다고 보고 있다. 수소를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 수소 생산 설비를 최적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에너지 운영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 통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세바스티안 십 CEO는 “한국은 이미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플랜트 최적화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본다”며 “현대차와 정유기업, 에너지 기업들과 협력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외에도 STOFF2는 일본과 칠레, 브라질 등 중남미 시장을 주요 성장 지역으로 꼽고 있다. 반면 미국은 최근 정책 변화로 인해 우선순위가 다소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STOFF2 회사 로고
수소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에너지 전환의 운영체제를 만드는 회사
STOFF2는 스스로를 단순한 수소 생산 기업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이들이 해결하려는 문제는 수소 그 자체보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다. 태양이 비추지 않는 밤에도,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도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어야 진정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바스티안 십 CEO는 “우리가 하는 일은 결국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과정”이라며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연결해 화석연료 없이도 작동하는 새로운 에너지 가치사슬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태양광과 풍력은 이미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제 시장이 묻는 질문은 얼마나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생산된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느냐다. STOFF2는 그 답을 수소에서 찾고 있다.
에너지 저장장치와 전해조의 경계를 허물고, 전기를 수소라는 형태의 ‘그린 분자(Green Molecule)’로 전환하는 것.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하고 넷제로 사회를 현실로 만드는 과정에서 STOFF2는 자신들을 단순한 기술 기업이 아닌 에너지 전환 시대의 인프라 기업으로 정의한다.
100% 재생에너지 사회는 더 이상 발전 설비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생산과 저장, 활용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STOFF2가 만들고 있는 것은 수소 생산 장비가 아니라, 그 흐름을 완성하는 새로운 에너지 운영체제에 가깝다.
The post “태양광과 수소를 하나로 묶다”… STOFF2가 설계하는 100% 재생에너지 시대 appeared first on 벤처스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