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는 거, 다들 힘드시죠?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알람 한 번에 벌떡 일어나는 사람과,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하고 지각하는 사람. 후자에 가까운 분이라면 제때 일어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실겁니다. 제때 사람을 깨우는 알림 앱이 있습니다. 바로 알라미(Alarmy)입니다. 알라미는 사진을 찍거나, 스쿼트를 하거나, 수학 문제를 풀어야만 꺼집니다. 이렇게 침대에서 빠져나오지 않고는 도저히 끌 수가 없어서, ‘악마의 앱’이라 부른다고 하네요.
딜라이트룸은 알라미(B2C 슬립테크)에 더해 광고 수익화 솔루션 다로(B2B 애드테크), 앱 인수 사업부 딜라이트허브(앱 M&A)까지, 세 개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요. 성격이 다른 세 사업은 서로를 끌어올리는 하나의 플라이휠(flywheel)로 맞물려 점점 더 큰 바퀴를 만들어냅니다. 플라이휠은 한 번 돌리기는 무겁지만 일단 관성이 붙으면 적은 힘으로도 점점 빠르게 도는 회전체를 말합니다. 경영에서는 각 요소가 서로의 추진력이 되어, 한쪽이 돌면 다른 쪽도 따라 돌고 그 힘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며 가속되는 자기강화 구조를 가리킵니다. 따로 떼어 놓으면 평범한 사업도 플라이휠 안에서는 서로의 성장을 끌어올린다는 뜻입니다.
딜라이트룸은 외부 투자 없이 매출 460억 원, 영업이익률 40%대를 기록했습니다. 그것도 50여 명이서 이뤄낸 성과입니다. 1인당 매출 9억 원을 올리는 ‘고밀도 조직’인 셈입니다. 딜라이트룸이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해 들여다봤더니, 100페이지가 넘는 컬처북을 홈페이지에 외부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조직문화에 자신이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딜라이트룸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조직문화에 진심인 회사’로 꽤 유명합니다. 신재명 대표(영문명 Jay)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딜라이트룸 신재명 대표
컬처북을 공개하는 회사
딜라이트룸 홈페이지에는 100페이지가 넘는 컬처북(컬처덱)이 공개돼 있습니다. 보통은 컬처북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내부에서만 공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공개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문화라는 게 결국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잖아요. 저는 문화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좋고 나쁨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뭘 추구하고 우리의 일하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알려야 거기 맞는 사람들이 지원합니다. 우리 문화가 누군가에겐 맞고 누군가에겐 안 맞을 텐데, 이걸 최대한 알려야 서로 시간 낭비하지 않습니다.”
컬처북은 좋은 인재를 만나는 창구이기도 하지만 구성원을 위한 나침반 역할도 합니다.
“왜 이렇게 잘 만들었느냐는 질문도 받아요. 그래야 구성원들이 더 자주 읽거든요. 구성원이 일하다 길을 잃었을 때, 고민이 생겼을 때 쉽게 참조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딜라이트룸에는 9~11시 자율 출근, 매일 제공되는 점심, 수면실과 안마의자, 해외 플레이샵 같은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신 대표는 ‘그런 제도는 부수적인 것’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진짜 문화는 ‘제도’가 아니라 ‘언어’에 있다는 것을요. 컬처북은 그 언어의 총체입니다. 좋은 인재를 부르고 길을 잃지 않게 붙잡는, 딜라이트룸이 같은 방향을 함께 보게 만드는 공용어인 셈이죠.
고밀도 조직의 비밀
딜라이트룸의 ‘고밀도 조직’은 ‘최복동’, 즉 ‘최고의 복지는 동료’에서 출발합니다.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대부분 사람에서 옵니다. 그리고 저희 사업 특성상, 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 답이 없는, 비정형화된 문제를 풀어야 해요. 그런 문제는 똑똑한 천재 한 명이 풀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팀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그럴 때 한 명 한 명이 끼치는 영향이 너무 큽니다.”
신 대표가 말하는 인재 밀도는 ‘똑똑한 사람’을 뜻하지 않습니다. 신 대표는 “서로 리스펙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하는 게 핵심이에요. 그게 인성일 수도, 태도일 수도, 똑똑함일 수도 있죠. ‘이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 존경할 수 있다’는 동료들로 채워지는 것.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높은 밀도입니다.”라고 설명했어요. 최고의 복지인 동료와 일하기 위해선 채용이 중요하죠.
“보통 수습은 거의 다 통과하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통과율이 50%였던 때도 있어요. 절반이 떨어진 거죠. ‘이 사람 있으면 좋지’가 아니라 ‘이 사람이 정말 꼭 필요해, 없으면 안 돼’가 아니면 오히려 위험하다고 봅니다. 그 높은 기준을 계속 올려온 게 인재 밀도를 높인 가장 큰 비결이에요.”
아홉 개의 원칙
딜라이트룸의 일하는 방식은 ‘딜라이트룸 원칙(Delightroom Principle)’ 아홉 가지로 정리돼 있습니다. 9가지 원칙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었습니다.
“저희가 왜 존재하느냐고 물으면, 사람들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원칙이에요. 거의 모든 것의 전제 조건이죠. 나머지 여덟 개는 결국 ‘그렇다면 어떻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답입니다.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려면 먼저 본질을 깊게 정의해야 하는데(Define the Core), 알람을 ‘시간’이 아니라 ‘행동’으로 다시 정의한 게 그 예입니다. 좋은 문제를 정의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80점, 90점이 아니라 99점까지 더 나은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야 하고(Always Strive for a Better Way), 10% 개선이 아니라 10배를 고민해야 합니다(10X). 다만 그러다 한쪽 극단으로 치우치면 안 되니 균형을 잡고(Find Balance), 정답 없는 균형을 찾으려면 솔직하되 무례하지 않게 소통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따라오는 불편함을 성장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거죠(Grow beyond Comfort).”
모든 원칙의 출발점, ‘Make Things People Love’
“우리가 영업이익을 내면서 성장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여기 맞닿아 있어요. 돈을 번다는 것, 영업이익을 낸다는 건 실제로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만큼 사람들의 문제를 잘 풀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구성원 간에는 첫 글자만 따 ‘이거 MTPL이야’라고 일상에서 주고받습니다. 타운홀 미팅에는 아예 ‘MTPL 섹션’을 따로 두고, 매주 수백 건씩 쌓이는 사용자 VOC(고객의 소리) 가운데 인상적인 것을 팀별로 돌아가며 전사 앞에서 발표합니다.
“저희가 사용자 리뷰, VOC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불만일 수도 칭찬일 수도 있는데, 우리가 누군가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주고 있다는 걸 더 잘 느낄 수 있게요.”
매 스프린트마다 VOC 미팅을 열어 ‘왜 이렇게 생각할까, 뭘 해결해줘야 할까’를 들여다보고 제품에 반영합니다. 고객 지원(Support) 과정에서 나온 목소리를 곧 개발(Development)의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기획자가 책상에서 떠올린 가설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가 부딪힌 불편을 제품 개선의 일순위 근거로 삼는 방식입니다. 이른바 ‘SDD(Support Driven Development)’ 문화입니다.
균형 찾기와 소통 하기
“예를 들어 재택 근무를 하는 게 좋은지 않하는 게 좋은지에 대해서 저는 무조건적인 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시점에 무엇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있는 게 좋을 때도, 없는 게 좋을 때도 있어요. 중요한 건 있고 없고가 아니라, 양극단의 장단을 따져보고 왜 필요한지 소통하는 겁니다. 정답은 없어요. 하지만 양쪽을 다 고민하는 근육을 갖고 있느냐 아니냐는 천지 차이입니다.”
신 대표는 제도가 무너지는 건 누군가 악용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논쟁’이 시작되고 관리 피로가 쌓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 제도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가 아니라 ‘내 행동이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먼저 묻자고 제안합니다. 규칙을 자꾸 늘리는 조직이 아니라, 서로 기준을 맞춰가는 ‘자정 작용’으로 굳이 규칙이 필요 없는 조직에 가까워지자는 겁니다. 이 자정 작용이 바로 ‘Find Balance’가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균형을 잘 잡으려면 결국 소통을 잘해야 합니다. 딜라이트룸의 소통 원칙은 명확합니다. 명확하고 솔직하게, 직접 대면해서 이야기하되, 존중하는 태도를 잃지 말자는 것입니다. 신 대표는 AI 시대에 이 소통의 가치가 오히려 더 커졌다고 봅니다.
“인재를 볼 때 그냥 똑똑하기만 한 사람보다 팀 플레이를 잘하는,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을 더 선호합니다. 좋은 팀 플레이는 결국 소통이 빠지면 불가능해요. 경청하고, 상대가 잘 알아듣게 전달하는 역량까지 포함하는 거죠. 이게 없으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거나 리소스가 낭비됩니다.”
소통과 팀 플레이를 중시하다 보니 점심 문화에도 그 철학이 묻어납니다. 딜라이트룸은 사무실에서 점심 도시락을 지원하는데, 매일 여러 팀이 자리를 섞어 함께 먹습니다. 구성원 만족도도 상당히 높습니다. 비용 지원을 넘어, 여러 팀이 경계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웃을 수 있는 이 ‘밍글링(mingling) 문화’를 딜라이트룸은 자사의 대표적인 좋은 문화로 꼽습니다.
불편함이 성장을 만든다
“운동할 때 알이 안 배기면 근육이 안 커진다고 하잖아요. 저는 그걸 똑같이 믿어요. 요즘 뭔가 불편하지 않으면 오히려 ‘내가 뭔가 놓치고 있구나, 안 보고 있구나’ 싶어요. 어느 정도의 힘듦이 있어야 거기서 레슨이 쌓이고 성장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신 대표는 회복 탄력성이 좋고, 긍정적인 스트레스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했습니다.
“굳이 힘들게 러닝하고 헬스장 가는 것처럼, 조직에서도 어떤 불편함을 일부러 감수하는 것. 그리고 그 불편함이 왔을 때 ‘Stay Positive’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딜라이트룸이 외부 투자 없이도 글로벌 1위 제품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좋은 제품을 만들고, 사업 구조를 플라이휠로 짜 사업 간 시너지를 내며 성장해온 것도 분명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소수정예이면서도 소통과 팀워크가 좋은 동료들이 모인 ‘초밀도 조직’, 그리고 그 밀도를 지탱하는 조직문화가 있기에 가능한 거 같습니다. 100페이지가 넘는 컬처북을 외부에 공개하는 이유 역시 그만큼 조직문화에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좋은 제품과 비즈니스, 그리고 조직문화로 투자 없이 유니콘에 다다르는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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