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중단되면서 스포츠 현장에도 전에 없던 문제가 생겼다.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량을 겨루던 선발과 평가가 어려워졌고 영상과 사진을 활용한 비대면 심사가 대안으로 등장했다. 당시 대한체조협회 이사를 맡고 있던 김현 대표도 선수들의 움직임을 화면으로 평가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다.
영상만으로 자세와 동작을 정확하게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여기서 반대의 가능성을 봤다. 기술이 영상 속 사람의 움직임을 충분히 분석할 수 있다면 선수 평가뿐 아니라 일반인의 운동 자세를 확인하고 교정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비대면 심사 과정에서 발견한 문제가 AI 헬스케어 사업으로 이어졌고 2023년 8월 에이전(AISION)을 설립했다.
“영상 속 사람의 움직임을 기술로 분석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해보니 가능성이 보였어요. 화면으로 자세를 평가할 수 있다면 교정과 코칭도 비대면으로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주식회사 에이전 김현 대표
김 대표가 운동 자세 분석에 주목할 수 있었던 데에는 체육 현장에서 쌓은 경험이 있었다. 포스코이앤씨에 재직하며 대한체조협회 이사를 겸임했고 선수들의 동작과 평가 과정을 가까이에서 접했다. 관절의 움직임과 무게중심, 자세의 정확성이 경기력과 평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체조 종목의 특성상 사람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일이 익숙했다.
이 경험은 에이전의 기술 개발 방향에도 반영됐다. 단순히 화면 속 동작을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운동 코칭에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숫자나 코드로만 접근했다면 만들기 어려웠을 제품입니다. 사람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거기에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그 순서가 중요했습니다.”
단일 카메라로 150여 개 데이터 분석…관절 각도까지 읽는다
에이전이 개발한 AI 헬스트레이너 ‘포메이전(formAIsion)’은 실시간 인체 자세 추정(HPE·Human Pose Estimation)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사용자가 카메라 앞에서 운동하면 인체 움직임을 150여 개 데이터로 분석하고 35종의 운동에 대해 자세와 횟수, 속도 등을 확인해 코칭한다.
핵심은 평면 영상에서 얻은 2차원 좌표를 바탕으로 입체적인 움직임을 해석하는 기하학적 알고리즘이다. 에이전은 2026년 정면에서 촬영한 단일 영상만으로 측면 관절의 굽힘 각도까지 추정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등록했다. 별도의 측면 카메라나 3D 깊이 카메라 없이 한 대의 카메라로 자세를 분석할 수 있어 설치 공간과 장비 구성을 줄일 수 있다.
김 대표가 기술 개발 과정에서 세운 기준은 명확했다. 운동 동작을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사용자의 자세에서 어떤 부분을 교정해야 하는지 짚어낼 수 있어야 했다.
“화면 속 동작을 대충 따라 하는 수준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봤어요. 관절 각도까지 제대로 짚어줘야 진짜 코칭이죠. 그 기준만큼은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에이전은 현재 AI 관련 특허 3건을 확보했다. 2025년 5월에는 KAIST가 선정한 국내 12대 AI 혁신기업에 이름을 올렸으며 포메이전을 조달청 벤처나라에 등록해 공공시장 진출 기반도 마련했다.
에이전 김현 대표가 ‘폼에이전(formAIsion)’에 올라 직접 체험을 보여주고 있다.
포메이전은 전문 스포츠 영역을 넘어 지자체 보건소와 노인복지센터, 기업 복지시설, 아파트 커뮤니티 등 다양한 현장에 공급되고 있다. 전문 트레이너를 상시 배치하기 어렵거나 운동 지도를 받을 기회가 제한적인 곳에서도 AI가 사용자의 자세와 움직임을 분석해 운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여러 대의 카메라나 별도의 센서 없이 단일 카메라만으로 동작을 분석해 설치에 필요한 공간과 비용 부담을 낮췄다. 여기에 다국어 지원을 더해 연령이나 이용 환경에 따른 제약을 줄이고 보다 다양한 사용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주식회사 에이전의 ‘포메이전(formAIsion)’의 분석 결과 화면
전문가가 없는 곳에서도 같은 수준의 운동 코칭을
김 대표가 에이전의 기술을 설명할 때 강조하는 것은 정확도만이 아니다. 회사가 내세운 ‘사람에게 따뜻한 AI’라는 방향에는 운동 전문가를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에게도 기술을 통해 코칭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포메이전이 보건소와 노인복지센터 등으로 공급되는 것도 이런 방향과 맞물린다. 특히 고령층처럼 지속적인 운동이 필요하지만 전문적인 지도를 받기 어려운 이용자에게 기술이 보조적인 트레이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대표는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것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어려웠던 영역을 보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기술이 뛰어나도 소수만 쓴다면 의미가 없어요. 몸이 불편한 어르신도, 트레이너를 둘 형편이 안 되는 곳에서도 똑같이 좋은 코칭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제가 만들고 싶은 따뜻한 AI입니다.”
에이전의 출발점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비대면으로 어떻게 정확하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문제였다. 그 질문은 일반인의 운동 자세를 분석하고 교정하는 기술로 확장됐고 현재는 전문 트레이너가 상주하기 어려운 현장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카메라 한 대 앞에서 사람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읽고 필요한 운동을 안내하는 것. 김 대표가 에이전을 통해 만들고자 하는 AI 헬스케어는 기술의 정밀도를 높이는 동시에 전문적인 운동 코칭에 대한 접근성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은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며 스타트업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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