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잘할 필요는 없어요. 할 줄 아는 요리 하나로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경험, 그게 우리가 팔고 싶은 진짜 상품이죠.”
안상미 공공의주방 대표는 쿠킹박스 브랜드 ‘아카이빗(ARCHIVEAT)’을 단순한 밀키트 브랜드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에게 요리는 음식을 만드는 기술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경험에 가깝다.
2016년 설립된 공공의주방은 요리 전문가 네트워크와 레시피 콘텐츠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요리 클래스와 공공기관 교육, 기업 협업, 케이터링 사업을 운영해왔다. 최근 선보인 아카이빗은 10년 가까이 축적한 클래스 운영 경험과 레시피 자산을 바탕으로 만든 소비자 브랜드다. 법인은 공공의주방이지만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은 아카이빗이라는 브랜드 구조를 갖추고 있다. 10년 가까이 수업 현장에서 검증한 레시피를 쿠킹박스로 연결하고, 여기에 AI를 접목해 발주와 소분, 패킹, 콘텐츠 제작까지 효율화하는 것. 공공의주방이 그리고 있는 새로운 식문화 플랫폼의 모습이다.
“요리를 잘할 필요는 없어요. 할 줄 아는 요리 하나로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경험, 그게 우리가 팔고 싶은 진짜 상품이죠.” 식문화 콘텐츠 기업 안상미 공공의주방의 대표는 자사 쿠킹박스 브랜드 아카이빗(ARCHIVEAT)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한다. 안상미 공공의주방 대표.
요리보다 사람이 먼저 보였다
안 대표의 출발은 외식업이 아니었다. 호텔에서 홍보와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결혼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뒤 가족을 위해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취미로 시작한 요리는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일로 이어졌고, 수많은 수강생을 만나면서 창업의 방향도 분명해졌다.
“요리하면서도 요리보다 사람이 더 보였어요. 음식이 관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걸 여러 번 경험했죠.”
이를 ‘앞치마 리더십(Apron Leadership)’이라고 표현한다. 음식을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요리하고 식탁을 나누는 경험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는 의미다. 이 철학은 공공의주방의 사업 모델에도 그대로 담겼다. 회사는 요리 전문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클래스와 공공기관 교육, 기업 프로그램, 케이터링 사업을 운영하며 10년 가까이 레시피와 콘텐츠를 축적해왔다. 수많은 클래스에서 검증한 레시피와 수강생들의 반응은 공공의주방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 됐다. 그 경험을 소비자 브랜드로 확장한 것이 아카이빗이다. 클래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직접 만들고 다듬은 레시피를 집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쿠킹박스 브랜드다.
그는 “우리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은 레시피 자체보다 사람들이 실제로 좋아했던 경험을 오랫동안 축적해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클래스에서 증명하고, 박스로 판다
아카이빗 쿠킹박스는 제철 식재료와 준비된 소스를 함께 담아 보내는 집밥 키트다. 고객이 공식몰에서 메뉴를 선택하면 장을 따로 보지 않아도 10~15분 안에 한 끼를 완성할 수 있다. 매달 제철 식재료와 ‘지금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집밥’을 기준으로 약 30개 메뉴를 큐레이션하며 계절이 바뀌면 메뉴도 함께 바뀐다.
밀키트와 쿠킹박스가 넘쳐나는 시장에서 아카이빗이 내세우는 차별점은 10년 동안 클래스에서 검증한 레시피다. 한식은 국과 찌개, 볶음, 조림 등 종류가 다양하고 집집마다 손맛도 달라 표준화가 쉽지 않다. 공장이 아니라 클래스 현장이 해답이었다.
“수많은 수업에서 수강생들이 직접 만들고 반응했던 메뉴들이 그대로 데이터가 됐습니다. 어떤 메뉴를 좋아하는지, 어떤 조리법이 가장 쉽게 따라 할 수 있는지 이미 현장에서 검증된 셈이죠.”
아카이빗은 이렇게 검증을 거친 메뉴만 쿠킹박스로 만든다. 완성품을 데워 먹는 방식이 아니라 마지막 조리는 고객이 직접 한다. 실패는 줄이고, ‘내가 차린 집밥’이라는 경험은 남기는 것이 아카이빗이 추구하는 방식이다.
공공의주방 공식몰
재고를 쌓지 않는 ‘AI 모듈러 키친’
아카이빗 운영 방식의 핵심은 ‘모듈(Module)’이다. 식재료와 소스를 각각 하나의 블록처럼 관리하고, 이를 조합해 레시피를 만들고 다시 하나의 쿠킹박스로 완성하는 구조다.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같은 재료를 여러 메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주문이 들어오면 시스템은 전체 주문량을 분석해 필요한 식재료 발주량과 소스 분량을 계산하고, 냉장·냉동·실온 상품을 어떤 방식으로 포장할지까지 자동으로 설계한다. 그날 필요한 만큼만 식재료를 발주해 광교 작업 공간에서 소분과 패킹을 진행하기 때문에 대형 밀키트 공장이나 대규모 재고를 미리 확보할 필요가 없다. 재고 폐기와 창고 운영 비용도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구조다.
모듈의 개념은 운영 방식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레시피와 식재료를 조합하듯 사업도 필요에 따라 조립한다. 클래스와 쿠킹박스, 케이터링, 레시피 콘텐츠를 상황에 맞게 결합해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지역 특산물 사업에서는 레시피 개발과 쿠킹박스를 결합하고, 기업 행사에서는 케이터링과 클래스를 함께 운영한다. 아파트 커뮤니티에서는 쿠킹박스와 실시간 온라인 클래스를 연결한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확장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방식으로 공공의주방은 스타필드 고양점 ‘클래스콕’을 2년간 연중 운영했으며, 여주·보령 지역 특산물 레시피 개발과 쿠킹박스 제작, 농심 레시피 콘텐츠와 쿠킹박스 제작, 디캠프 프론트원과 산업은행 국민성장펀드 출범식 케이터링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AI 역시 이 구조를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도구다. 발주와 패킹은 물론 레시피 카드와 상세페이지 제작, 3,000개가 넘는 요리팁 쇼츠 콘텐츠 제작, 회사 운영과 문서화 업무까지 AI를 활용해 처리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AI를 차가운 효율의 도구로 생각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결국 사람을 먹이고 돌보는 일입니다. 사람의 정성과 경험은 그대로 두고, 반복되는 운영은 AI가 맡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건강한 방식입니다.”
AI를 활용하는 이유도 결국 사람에게 더 집중하기 위해서다. 반복되는 업무를 줄인 만큼 요리와 콘텐츠, 고객 경험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공공의주방의 생각이다.
공공의주방 쿠킹박스 구성품
AI가 운영하고, 사람은 경험을 만든다
공공의주방이 그리고 있는 다음 단계는 ‘아카이빗 AI 키친’이다.
온라인에서 쿠킹박스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공간과 연결해 요리 클래스와 커머스, 단체 주문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운영하는 모델이다.
기존에는 공공의주방이 직접 공간을 확보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면 앞으로는 공간과 고객을 보유한 파트너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카페나 복합문화공간, 아파트 커뮤니티, 기업 라운지 등 유휴 공간을 가진 파트너가 장소를 제공하면 아카이빗은 클래스 운영과 쿠킹박스 판매, 단체 케이터링, 공식몰 연계까지 맡는다. 이는 단순한 공간 입점 모델이 아니다. 클래스에서 경험한 메뉴를 집에서는 쿠킹박스로 다시 만들고, 기업 행사와 지역 프로젝트로까지 연결하는 식문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공공의주방 클래스공간 구상도
“사람을 위한 경험은 AI로 더 넓게 전할 수 있습니다”
공공의주방은 대규모 설비나 화려한 기술에서 출발한 회사가 아니다. 가족을 위해 시작한 요리와 사람들과 함께한 수업, 그리고 10년 가까이 쌓아온 레시피와 콘텐츠가 지금의 공공의주방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대단한 스펙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그저 사람들을 먹이면서 켜켜이 쌓은 경험을 사업으로 옮긴 겁니다. 그 경험을 이제 AI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정확하게 전할 수 있게 됐어요.”
공공의주방이 오랫동안 축적한 것은 레시피만이 아니다. 사람들이 함께 요리하고 식탁을 나누며 만들어온 경험,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검증된 콘텐츠와 노하우다. 아카이빗은 그 자산을 쿠킹박스와 클래스, 콘텐츠, 공간으로 확장하는 브랜드다.
AI 역시 사람의 손맛이나 경험을 대신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반복적인 운영과 관리 업무를 맡아 더 많은 사람이 같은 품질의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가깝다. 안 대표가 그리고 있는 미래도 이 흐름 위에 있다. 요리 클래스에서 검증한 레시피가 쿠킹박스로 이어지고, 기업 프로그램과 케이터링, 지역 프로젝트와 공간 비즈니스까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연결되는 구조다.
그는 “결국 우리가 만드는 것은 음식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사람들의 식탁과 경험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라며 “AI는 그 경험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공공의주방이 10년 동안 쌓아온 경쟁력은 레시피 자체보다 사람들의 경험에 가까웠다. 아카이빗은 그 경험을 AI와 연결해 더 많은 사람의 식탁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은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며 스타트업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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