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은 상품을 찾지만, 라이브는 확신을 만든다”
– 성공하는 크리에이터를 시스템으로 육성
– AI 자동화와 성공 재현 시스템으로 아시아 너머를 겨눈다
라이브 커머스라는 말조차 낯설던 2019년, 그립컴퍼니(이하 그립)는 국내 최초의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을 선보였다. 온라인 판매가 처음인 소상공인과 1인 판매자도 스마트폰 한 대만 있으면 별도 장비나 IT 지식 없이 바로 그립으로 방송을 시작할 수 있다. 첫해 4억 원이던 연간 거래액은 2020년 243억 원, 2021년 858억 원을 거쳐 2022년 2,000억 원을 넘어섰다. 그립은 자체 라이브 시스템이 없는 기업에 SaaS 솔루션 ‘그립클라우드’를 보급하며 시장의 저변도 넓혔다. 현재 55개 기업이 그립클라우드로 라이브 커머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립이 시장을 연 지 8년, 라이브 커머스는 25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제는 대형 플랫폼은 물론 홈쇼핑과 버티컬 서비스까지, 커머스를 다루는 곳마다 ‘라이브’를 내걸고 있다.
그립은 그립만의 라이브 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하며 성장해왔다. 담당 MD 배정과 교육 같은 셀러 지원 프로그램으로 판매자 저변을 키웠고, 판매와 소통을 앞세운 관계 중심 커머스를 지향했다. 이는 셀러 개개인을 따르는 충성 고객층과 높은 재구매율로 이어졌다. 그렇게 그립은 ‘팬덤’을 만들어냈다. 업계 최초로 세로 화면 방식을 도입하고 경매·초성퀴즈 같은 방송 중 게임 기능(특허 보유)을 선보인 것도 훗날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경기도 판교의 그립 사무실에서 김한나 대표를 만났다. 시장을 처음 연 플랫폼으로서 바라보는 라이브 커머스 시장과 크리에이터 생태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설명]그립컴퍼니의 김한나 대표와 인터뷰 중이다“라이브 커머스의 본질은 ‘관계’”
지난 1일 그립이 발표한 ‘2026 상반기 라이브 커머스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다 구매한 고객은 여성이 60%, 남성이 40%였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45%로 가장 많았고 50대 이상(31%), 30대(22%), 20대 이하(2%)가 뒤를 이었다. 1인당 월평균 구매는 7.7회, 상반기 구매액은 47만 6,100원으로 전년 동기(38만 6,400원)보다 23% 늘었다. 가입 후 첫 구매로 이어진 신규 고객도 전년 대비 약 48% 증가했다. 한 번 산 고객이 반복해 찾고 더 자주 지갑을 여는 것은, 그립이 상품이 아니라 ‘관계’를 앞세운 커머스인 까닭이다. 이경준 그립컴퍼니 마케팅 본부장은 “30·40대 중심이던 고객층이 50대로 확대되는 것은 라이브 커머스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중년층의 모바일 친숙도가 높아지면서 방송 시청과 동시에 구매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색은 상품을 찾지만, 라이브는 구매에 대한 확신을 만듭니다. 예전에는 검색으로 의도를 갖고 상품을 샀다면, 최근 몇 년은 디스커버리 커머스로 많이 옮겨 왔어요. 라이브 커머스의 핵심은 결국 신뢰입니다. 상품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직접 써 보고 먹어 보고 입어 본 경험을 라이브로 합니다. 그 신뢰를 통해 고객과 실시간으로 관계를 만들면서 구매에 확신을 주는 거죠.”
김 대표는 라이브 커머스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커머스 방식”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검색만으로는 유명한 제품이 아닌 이상 확신을 갖기 어렵고, 새 제품이 알려지기까지도 오래 걸린다. 반면 라이브 커머스는 판매자가 직접 써보고 경험한 것을 대신 보여주니, 짧은 시간에 구매의 확신을 만들어 낸다. 라이브 커머스의 본질은 결국 고객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 데 있다.
“한 번 사서 만족하면 다시 구매합니다. 그다음엔 매일 들어와서 보게 되죠. 오늘 옷을 팔던 분이 내일 냄비를 팔아도 구매해요. 상품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로 사는 거죠.”
이 관계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그립의 상위 매출 크리에이터들의 재구매율은 65%에 이른다. 고객의 3분의 2가량이 한 번의 구매로 끝나지 않고 다시 그 셀러를 찾는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디지털화가 되고 AI가 보편화될수록 맥락과 취향을 헤아리는 ‘사람 냄새 나는 커머스’의 가치는 오히려 커진다고 말했다. 10원이라도 비싸게 사면 억울해하는데, 신뢰하는 셀러에게 구입하면 비싸도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유는 결국 관계에 있다. 그립이 천착해 온 지점이 바로 여기다.
“저희의 지향점은 이 단골을, 내 팬들을 시스템화하고 더 찐득하게 만들어서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거예요. 그게 그립의 차별화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돌 준비생 출신의 한 셀러는 그립에서 패션 하나로 시작해 팬을 모았다. 그 영향력을 발판 삼아 다양한 제품을 파는 셀러가 됐고, 지금은 연간 수백억 원대 매출을 내고 있다. 동대문에서 옷을 사입해 팔던 한 셀러는 마케팅 담당자와 결혼해 부부가 함께 방송에 나섰고, 전문 라이브 커머스 셀러로 자리 잡아 이제는 중국을 오가며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여러 크리에이터에게 간식을 만들어 납품하던 셀러는 남은 재고를 직접 팔다가 본인이 직접 창고에서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시작했다. 즉석 김 하나로 방송 한번에 수천만 원씩 파는 셀러도 있다.
“팬 미팅도 합니다. 잘 파시는 분들은 고객에게 정말 집착해요. 깊이 이해하려 하고, 소중하게 여기죠.”
5만 7천 명의 ‘그리퍼’를 성공으로 이끄는 크리에이터 중심 플랫폼
“그립은 가장 크리에이터 중심적인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입니다”
그립의 핵심은 성공하는 크리에이터를 얼마나 많이, 그리고 꾸준히 길러내느냐에 맞춰져 있다. 그립에서 방송하는 이들을 ‘그리퍼(Gripper)’라 부르는데, 그립은 이들이 콘텐츠와 팬덤을 바탕으로 상품을 제안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올인원 판매 인프라와 성장 프로그램, 상품 매칭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진입 문턱이 낮다. 일반 셀러는 입점 수수료 없이 판매가 이뤄질 때만 일정 수수료를 낸다. 팔 상품이 없어도 방송에 나설 수 있다. 상품을 가진 셀러가 방송 역량을 갖춘 크리에이터에게 방송을 제안해 상품을 판매할 수도 있다.
그립은 지난 6월 누적 셀러 5만 7,000명을 돌파했다. 국내 라이브 커머스 업계 최대 규모다. 그 배경에는 셀러 친화 정책이 있다. 크리에이터에게 라이브 커머스 전문 MD를 배정하고, 실전 방송 교육과 노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 캐시를 지원하며, 팬과의 소통을 위해 AI 1대1 응대도 제공하고 있다.
“그립은 성공한 크리에이터가 계속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플랫폼입니다. 성공하는 크리에이터를 얼마나 많이 만들어 내고, 그 성공을 재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이예요. 라이브는 누구나 하지만, 성공하는 크리에이터를 만드는 시스템은 쉽게 되는 게 아니거든요.”
셀러 생태계를 굴러가게 하는 핵심은 ‘성공 사례’의 공유다. 그립은 고객이 다시 찾아오게 만든 상품군, 재방문하는 고객군 같은 데이터를 셀러들과 공유한다. 잘 파는 셀러의 방송을 분석해서 상품 론칭 시점, 적정한 SKU, 카테고리 설정, 방송 운영, 가격 설계 등을 백과사전처럼 정리해 신규 셀러에게 제안한다.
“남은 재고를 하나하나 설명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그런데 한 셀러가 ‘70% 할인, 이 안에서 랜덤으로 들어갑니다’ 하고 랜덤 박스로 묶어 팔았더니 순식간에 완판됐어요. 성공한 새로운 판매 방식은 다른 셀러에게도 공유합니다.”
그립은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라이브 커머스 인력을 직접 양성하고 있다. 누적 360명의 ‘크리에이터 파트너 강사’를 배출했고, 정부 인증을 받는 ‘AI 라이브 커머스 전문가’ 자격 과정도 신설 절차를 밟고 있다.
셀러의 단계별 맞춤 지원
그립은 셀러의 성장 단계에 맞춰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있다.
그립은 입점 셀러를 꾸준히 모니터링한다. 재구매율이나 전환율, 고객 반응이 높은 셀러를 눈여겨보고, 이들에게서 성장 가능성을 가늠해 필요한 지원을 더한다.
초기 단계 셀러에게는 세 가지가 주어진다. 첫째, ‘그립 백과사전’이다. 잘 파는 셀러의 방송을 분석한 노하우 모음으로, 언제 방송을 시작해 상품을 꺼내는지, 어떤 카테고리에서 SKU를 몇 개나 다루는지, 방송의 호흡과 가격 설정은 어떤지 같은 패턴을 정리해 방향을 제안한다. 둘째, 교육 영상이다. 장비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방송을 시작하는 법부터 상품 소개와 고객 응대 요령까지, 셀러가 방송 준비부터 진행까지 기본기를 익히도록 돕는다.셋째, 그립만의 광고 시스템이다. 단순 노출에 그치는 디스플레이 광고가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방식이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브랜드 협업의 기회가 열린다. 특히 방송 역량이 뛰어난 셀러에게 그렇다. 자기 상품이 아니어도 방송의 힘만으로 팔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배 셀러와의 합방(합동 방송)도 지원한다. 이미 성공한 셀러가 후배 방송에 함께 나서는 방식으로, 성과가 좋은 방송 형태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밀어주기’로 자기 팬들에게 후배 셀러를 추천할 수 있다.
최상위 단계에 이르면 협업의 밀도는 한층 높아진다. 셀러와 독점 브랜드를 함께 만들거나, 해당 셀러만을 위한 전용 방송 프로그램을 꾸리는 식이다. 특정 상품을 파는 것을 넘어, 셀러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키우는 단계인 셈이다.
그립은 지난달에 ‘초밀착 케어’ 캠페인을 진행했다. 단계별로 흩어져 있던 지원을 한데 모은 것으로, 이커머스를 처음 시작하는 크리에이터부터 팬덤을 갖춘 인플루언서까지를 대상으로 라이브 커머스 운영 경험 등급에 따라 지원 강도를 달리했다. 상품 기획과 판매 전략을 함께 짜고 방송까지 가르치는 1대1 밀착 케어, 최대 20만 원의 카카오톡 채널 마케팅 캐시, 앱 상단 노출, 선배 셀러를 멘토로 붙인 실전 라이브 코칭을 제공했다.
AI 고도화·성공 노하우의 시스템화·해외 확장
올해 그립이 잡은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AI 고도화다. 라이브 커머스를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판매할 지에 대한 기획부터 방송, 그리고 끝난 뒤의 성과 분석까지 해야한다. 그립은 이 과정을 AI로 단순화해 크리에이터가 방송 자체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반복되는 고객 응대는 AI 1대1 응대가 덜어 주고, 주목도가 높았던 방송 구간은 AI가 쇼츠나 바로보기 콘텐츠로 자동 편집해 방송이 끝난 뒤에도 판매를 이어 간다.
둘째, 성공 노하우의 시스템화다. 한 셀러의 성공을 일회성으로 두지 않고, 그 경험을 누구든 따라갈 수 있는 길로 만들어 비슷한 성과에 닿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국내에서 검증한 구조를 해외로 넓히는 것이다. 그립은 아시아를 시작점으로 삼는다. 팬과 커뮤니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라이브로 관계를 맺고 판매하는 이 구조가 작동한다는 가설 위에서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립은 디지털화가 깊어질수록 사람 냄새를 잃지 않은 커머스가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초기의 믿음을 이어가고 있다. 검색이 상품을 찾아 주는 동안, 라이브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확신을 만든다. 그 확신이 단골을 낳고, 단골이 다시 성공하는 크리에이터를 키운다. 그립이 8년째 다듬어 온 라이브 커머스 생태계다. 사람 냄새 나는 커머스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 답을 그립이 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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